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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조회 수 980 추천 수 0 2011.11.20 03:10:21

 

 

Donde Voy

거제동 법원 아래 교차로를 지나며

punggyung118.jpg

 

 

 

시린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일주일, 학생들과 역사탐방을 다녀온 후로

심한 기침과 고열에 시달리다 이제 좀 가라앉는 중이다.

거의 다 나아가던 궤양과 식도염도 그간 스트레스가 심했던지 상태가 더욱 안 좋아졌다.

열 곳이 넘는 걸 짧은 시간에 돌아본 여행의 피로도 만만찮은 것이었지만

멀쩡하던 몸이 갑자기 나빠지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터.

 

 

최근 두어 달간 개인적으론 느닷없는 나쁜 일로 무척 부대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 여자의 패악스러운 행위로 시작된 일은

우리 가족 모두가 난데없이 하루하루 북새통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되도록 일이 진행되었다.

"권력이 아니면 결코 싸우지 않으리라."라는 일상의 지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살다 보면 뜬금없이 이런 일도 겪게 된다는 걸

그녀 덕분에 경험하게 된 것을 겨우 위안으로 삼는다.

주변 벗들의 도움으로 이젠 거의 해결이 되고 있으니 조금 안심이다.

 

 

어제도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한 보따리 약을 받아왔다.

주사의 효과인지 모르지만 밤새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어느덧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뭘 하며 지난 1년을 살았는지 모를 지경인데

이제 늙수그레한 인생의 후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득 갑갑하다.

사는 게 팍팍하니 매일 끼적이는 글도 그렇고 달리 사는 재미도 없다.

혹독한 상처와 차가운 현실 앞에 내몰린 내담자에겐

끊임없이 현실과 희망, 꿈을 얘기하고 위로하면서

정작 난 어디 가서 위로받을 데도 없고 그럴듯한 꿈도 없이 산다.

이건 비극이다.

 

 

올해가 가기 전 탈고를 하려면 부지런히 써야 할 테고

시 속에 수시로 출몰하는 유령 같은 그림자도 좀 걷어내야겠는데

핍진한 삶으로 말미암아 마음처럼 쉽진 않다.

가능하면 맑고 선한 사람들을 만나며

깨끗한 기운과 충고도 많이 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사회의 각 부문마다 음산한 풍경이 넘쳐났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상당한 내용이 대중의 시야에 드러나기도 했지만

부도덕한 권력은 여전히 숨기고 뒤트는 꼼수를 부린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서울시장선거, 진보진영 통합, 범야권통합 및 연대 등

정치적으로 굵직한 문제들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마도 내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고, 어쩌면 지난해처럼

이른 아침 시장통에서, 거리에서 선전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또 시린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 비겁하고 치사한 체제에서 소외된 민중의 겨울나기는 여전히 벅찰 테고

넘치는 여유를 주체하지 못하는 부르주아지는 가늠할 수 없는 안전함 속에서

끼리끼리 어울려 위스키 잔을 부딪으며 부랄 축축한 겨울의 로망에 빠질 테고

완충 지점에 선 몰의식 인텔리겐차나 소상공 회색분자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들만의 지역에서 그리 불편하지 않은 표정으로

적당히 세상을 바라볼 테고 적당히 찝쩍일 것이다.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

계절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질 만큼 이상기후를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아끼는 후배의 출판기념회가 있어 가보아야 한다.

한결같은 보폭으로 뚜벅뚜벅 걷는 그에 대한 믿음이 크다.

병원엔 감기환자가 유난히 많다.

환절기, 독감 조심하시길 바라며.

 

 

 

 small31-3.jpg

 20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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