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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 문화마을 우리누리 공부방 이야기

조회 수 6810 추천 수 0 2012.05.14 04:16:19
Snow is Falling / Chris de Burgh
 
 
감천 화력발전소에서 까치고개를 넘는 언덕배기엔 감천 문화마을이란 곳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지역에 형성된 대표적인 빈민주거지역이었던 이곳은
나날의 삶이 버거웠던 산동네 사람들에게 한 켠으로 위로가 되었을 '태극도'라고 하는 종교의 본산이며
 이 마을의 중심엔 지금도 태극도 본부 건물이 있다.
따개비집이 덕지덕지했던 이곳을 문화적인 컨텐츠로 만든 결과물이 '감천문화마을'이다.
어릴 적 내가 살았던 이승골과 다름 없는 이곳은 지금도 여전히 그 옛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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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산복도로에서 감천항을 내려다본 풍경.
수정동, 영주동, 범일동, 범천동, 감천동 등 산을 끼고 형성된 도시빈민 주거지역에다
시에서 이른바 '산복도로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곳 '감천문화마을'이다.

밖에서 보는 이곳은 얼추(?) '문화'일 수 있으나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겐 자잘한 구속과 통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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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색칠을 하고 빈집이나 공터, 여기저기에다 자잘한 덧칠을 해 문화적인 외양을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다.
마을을 관통하는 길을 걷다 북 카페란 이름의 팻말이 붙은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섰다.
2층으로 되어 있는 이곳은 누군가가 살다 떠났던 곳일 텐데 각 층 3평 정도의 초미니 공간이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으니 1층 구석에 좌변기 하나가 놓인 화장실이 있었는데 
한국성인 평균 키와 평균 몸무게가 아닌 사람은 벽에 온몸을 부비며 볼일을 봐야 하는 곳이었다.
겨우 2~300권 정도로 보이는 책을 꽂아두고 상근 여직원이 일하고 있었는데 그간 출간된 나의 책 여러 권을 기증하고 잠시 앉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마시는 300원 짜리 커피 한 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전국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이 꽤 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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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보면 나무를 심고 벤치를 둔 휴게공간이 있는데, 아마도 구청에서 빈집을 헐고 만든 곳이지 싶었다.
마을주민들은 이곳에서 수시로 청소년들의 성범죄가 있다며 마뜩찮게 여기고 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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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 고무공장 해고 노동자로 시작하여
오랜 세월 이곳에서 빈민교육의 길을 걸어온 도미니까 동지의 삶이 온전히 기록된 우리누리 공부방.
지금도 약 50 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이모'라 부르는 여러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생활하고 있다.
우리누리 공부방의 일상을 기록한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으며
그녀는 몇 해 전 부산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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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이 책의 표지그림에 있는 공부방의 입구 모습이다.
구청에서 공부방 뒷쪽으로 도로를 내려고 파헤쳤다가 장마기에 물이 고여 아랫쪽에 위치한 공부방이 침수되는 사고가 생겼다.
몇 카톨릭 사제와 그녀를 후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새 공부방을 지으려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오갈데 없는 산동네 아이들을 무료로 돌보는 일만으로도,
감천문화마을을 '문화'의 마을이게 하는 아이콘으로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구청이
수백 명의 주민들이 서명을 해서 제출했음에도 큰 피해를 입은 공부방을 나몰라라 하고 있어
현재 공사는 중단되고 아이들은 인근의 누추한 달셋방에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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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전 과정을 도시빈민운동의 궤적 속에서 살아온 작은 체구의 그녀도 이제 5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그 어떤 이념이나 정치보다 사람 하나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우린 지금 참으로 어지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녀가 예쁘게 잘 지어진 새 공부방에서 산동네 아이들과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중단된 공사장 앞에서 사이좋게 사진을 찍으며, 비록 별빛처럼 미약하지만 
곳곳에 있을 눈에 띄지 않는 따뜻한 시선의 마음들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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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누리 공부방 / 부산시 사하구 감천2동 6-776, 13/4
전화 / 051/ 291-9020    Fax / 051-291-9010
후원/ 부산은행/  084-13-001773-3  우리누리 지역아동센터
http://user.chollian.net/~urin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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