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투병 일기 215. 무죄 판결에 부쳐

조회 수 88 추천 수 0 2018.08.14 20:52:53

무죄 판결에 부쳐



오호, 좋겠구나

법에 기대어 살아온 느거들 말이다


개울과 풀벌레가 어울리고

강과 나무, 바람과 숲이 

내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와 이웃이 만든 

순리의 발자취와 가르침이 아니라 

약탈과 파괴를 일삼아온 권력과 그 

울타리 안 거상(巨商)과 폭군의 주구들이 만든 

짐승의 법을 느거들이 쥐고 있으니 

그 얼마나 좋으냐


그래, 꼴릴 때마다 

불가항력의 바치춤 열고

살쾡이의 얼굴로 배시시 쪼개며 능멸했을 저

힘없는 인간의 존엄 따위 좀 짓밟으면 어때

무너진 돌담과 파헤쳐진 화단에 

꽃도 이파리도 줄기도 갈기갈기 찢어지고 

그리 서럽게 울며 무너져도 

느거끼리 마구 용서하고 

마음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세상이 아주 천국이겠구나


아, 그리고

공부해서 판검사 된 거 말고는 없는 저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법복을 입고 들어오면 

존경하는 판사님을 향해 

팔십 노인도 일어서서 예를 갖추어야 하는 

개 같은 재판정 풍경도 느거들 작품이지


그래, 이제 마누라고 새끼들이고 지역 주민이고 

시민이고 국민이고 눈치 볼 것도 없겠구나

그저 상대가 의지박약의 정신이 아니었다 하면 

무쇠 같은 느그들 제왕적 자지가 

마구 희롱하고 추행하고 폭행해도 

오, 아무 죄 없다 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이런, 니기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투병 일기 215. 무죄 판결에 부쳐 운영자 2018-08-14 88
320 투병일기 214. 이왈신 동지 영전에 바치는 추모의 시 운영자 2018-07-14 144
319 투병일기 213. 꽃대를 바라보며 운영자 2018-06-25 181
318 투병 일기 212. 등 따시고 배부른 것들에게 운영자 2018-05-31 259
317 투병일기 211. 자학(自虐) file 운영자 2018-02-04 1321
316 투병일기 210. 이제야 강인가요 file 운영자 2017-12-13 1266
315 투병일기 209 / 지진 file 운영자 2017-05-16 2199
314 투병일기 208 / 시집을 읽을 때 file 운영자 2017-03-16 2300
313 투병일기 207 / 고해(苦海)의 진동 file 운영자 2017-03-11 2398
312 투병일기 206 / 수저 한 벌 file 운영자 2017-03-11 2007
311 투병일기 205 / 빗방울 file 운영자 2016-09-02 3408
310 투병일기 204 / 식물의 삶 file 운영자 2016-08-06 3562
309 투병일기 203 / 마담 이 여사 file 운영자 2016-07-23 3765
308 투병일기 202 / 나는 개돼지야 file 운영자 2016-07-12 3566
307 투병일기 201 / 음모 file 운영자 2016-05-26 3868
306 투병일기 200 / 나의 바다로 file 운영자 2016-05-21 3667
305 투병일기 199 / 꽃잎의 분신 file 운영자 2016-04-06 3734
304 투병일기 198 / 봄밤 file 운영자 2016-03-25 3576
303 투병일기 197 / 불량 file 운영자 2016-03-25 3248
302 투병일기 196 / 교환 file 운영자 2016-03-18 3483
301 투병일기 195 / 나무의 묵언(默言) file 운영자 2016-03-09 3859
300 투병일기 194 / 김치 2. file 운영자 2016-03-06 3579
299 투병일기 193 / 우물 file 운영자 2016-03-05 3892
298 투병일기 192 / 노르웨이 숲 file 운영자 2016-03-05 3871
297 투병일기 191 / 바라보기 file 운영자 2016-03-05 3792
296 투병일기 190 / 엄마 냄새 file 운영자 2016-03-05 3508
295 투병일기 189 / 간여 file 운영자 2015-12-20 4117
294 투병일기 188 / 부정교합 file 운영자 2015-12-05 4074
293 투병일기 187 / 장물 file 운영자 2015-12-05 3850
292 투병일기 186 / 적의 소굴 file 운영자 2015-11-26 4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