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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에세이 / 통찰력

조회 수 4055 추천 수 0 2015.09.14 13:37:40

9월 12일,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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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는 통찰력의 핵심을 꿰뚫는 말이다.
사랑하고 대화하고 먹고 소비하고 공부하고 만나고 투쟁하고 꾸역꾸역 걸으며 때로는 질주하며 생애의 고난을 봉양하는 일이 버겁다.
살면서 체득하는 일체화한 삶, 그 삶의 통찰력이 아쉬운 시절이다.
빛을 모으는 렌즈처럼 인식과 실천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힘이 부족한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 가치 있는 일이며 조직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 것까진 좋은데, 자신을 통해 발생하는 불합리와 비효율에 관해선 몹시 관대하거나 무지하다.
조직에 의타적이고 스스로 반성하는 힘이 약화한 태도는 질적으로는 집단을 서열화, 계급화하는 데에 일조하며 개인에게는 반 민중성을 체화하게 한다.

자신에게 조금 과도하거나 중복되는 일이다 싶으면, 자력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조직의 이름으로 미루거나 규칙, 원리라는 무소불위의 도구를 앞세워, 스스로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각성의 기회와 창의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사람들.


일전에 아이가 아파 소아청소년과를 통해 응급실을 이용한 후 다음 날 학교에 결석했다.

응급실에서 발급한 영수증을 학교에 제출했더니 선생님께선 영수증으론 안 된다며 진단서를 제출하라셨다.

일 마치고 병원에 가서 '진단서', 혹은 '진료확인서'를 해달라고 했더니 주말이라 안 된다며 평일 원무과에 다시 와서 청구하라고 하였다.

하루 결석한 걸 증명하는데 응급실 영수증과 진단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학교와 병원은 둘 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함으로써 민폐를 끼치고도 그게 민폐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극히 공무원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린 탓이다.

특정 집단의 반 민중성은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로 누적되고, 조직 내 개인의 사유를 화석화하도록 강요한다.
보라, 주변의 어떤 문제에도 자발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는, 저 많은, '극히 공무원스러운!', '인상 좋은' 사람들을!


'저 여자, 참 못생겼어.', '김일석은 너무 뚱뚱하며 조폭처럼 생겨 무식해.'와 같이 외형의 특징이나 단점을 서슴없이 말해 주변을 당황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왜 당황하는지 모르며 자신의 발언이 누군가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은 정확하게 표현했는데 사람들이 왜 동의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들은 특정한 주제, 시사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공부해 그 분야에서는 깜짝 놀랄 정도의 박식함과 능변가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발달심리학에선 이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성장기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거나, 특정한 가치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정신적인 문제를 설명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자신의 관심 분야만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주변을 지치게 하거나, 진영의 전반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생각날 때마다 민감한 사적 소회를 공세적으로 툭툭 던져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울화 치밀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정치의식이 함몰되어 남한의 자본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 그래서 노동자의 치열한 현실 정치투쟁도 식민지론으로 일축하는 태도, 자신의 투쟁만이 옳고 동료의 투쟁을 경제주의자로, 어용과 반동으로 모는 사람들, 뿌리 깊은 자기확증에 넘친 눈물,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쟁점을 다투는 중인 사안', 사회과학의 변종 도그마에 빠진 독설가까지 가세한, 배타적 승리의 선포를 보았다.


그건 결핍의 전형이었다! 유레카~!
오, 병든 통찰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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