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난 이제 고구마 줄기랑 대화해야 한다.

조회 수 3556 추천 수 0 2016.10.01 03:17:23


51.jpg

52.jpg

53.jpg

54.jpg

55.jpg

56.jpg



아내의 깁스한 어깨 사진 찍고 정형외과 쌤의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 

사고 후 달포가 훌쩍 지났건만, 뼈가 완전히 아물기 위해선 두 달쯤 더 있어야 한단다. 

장기간의 깁스로 마비된 쪽의 팔과 어깨, 손목에 조금씩 부작용이 있어, 

다음 주부터 근육과 신경을 자극하는 가벼운 운동치료를 시작하려고 한다. 


내리는 비가 지루하고 공연히 마음이 가라앉는 듯해 

병원 일과 오후 수업 일정까지 다 마치고 밀양 산외면에 자리한 행랑채로 갔다. 

거의 1년 만에 뵌 선생님께선 예의 사발 수제비 한 그릇, 흑미밥 한 공기, 

지름 31.5cm 고추전 한 판, 지름 19cm 감자전 세 판을 찬과 함께 차려주셨고, 

음식 남기는 게 발각되는 즉시 당수 자격 정지를 명문화한 '뚱땡이혁명당' 당헌이 목에 가시가 되어, 

한 시간 넘게 몸을 흔들어가며 꾸역꾸역 흡입을 완료하고 일어섰다...^^

선생님께선 연신 변함없다 하셨는데, 난 그 말씀이 녹슬지 않는 내 외모를 말씀하신 건지, 

흡입 총량의 일관성과 폭발성을 말씀하신 건지 여직 어슴푸레하다...@@



오늘 딸아이는 알루미늄 회사에 취직해 짐 싸서 광주로 간다. 

옷, 이불, 화장품, 세제, 기초 약품에, 아끼는 화분 몇 개, 밑반찬에 쌀, 시디플레이어, 휴지, 생리대까지, 

온 집안을 박박 긁어 보따리 싸더니 집이 다 헐렁하다...ㅠㅠ 

가시나, 엄마 아빠가 얼마나 피 터지게 참고 기다리며 절 키웠는지, 

밤이면 밤마다 뼈마디가 쑤시는 외로움과 객지에서의 각성이 뒤통수를 콕콕 찌를 끼다.

아흑..., 참새가 떠난 절간 같은 집, 난 이제 고구마 줄기랑 대화해야 한다...ㅠ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8 늘 고맙고 늘 사랑해요! 운영자 2018-04-23 474
237 내 주변엔 왜 '좋은 사람'이 많을까? file 운영자 2018-03-28 625
236 Me Too, With You file 운영자 2018-03-19 615
235 두근두근...^^ file 운영자 2018-02-07 873
234 나의 시는 무덤이다 file 운영자 2018-02-01 1157
233 결핍 중독 운영자 2018-01-31 830
232 성장기의 집중과 성장의 비밀 file 운영자 2018-01-23 820
231 영화 1987 file 운영자 2018-01-10 942
230 무산계급의 휴식이란 게 file 운영자 2017-11-22 1133
229 동네 목욕탕에서 file 운영자 2017-10-03 1350
228 심혈관이 파르르 떨리고 오줌보가 공진하는~ file 운영자 2017-07-09 1780
227 반팅 '옥자' file 운영자 2017-07-03 1865
226 1박 2일 거제도 일주 여행 file 운영자 2017-05-14 2330
225 경계를 서성이는 사람들 file 운영자 2017-04-24 2309
224 한복 이야기 file 운영자 2017-04-18 2283
223 쇳물 같은 언어들 file 운영자 2017-03-16 2650
222 장무콩폭투! file 운영자 2017-03-13 2643
221 정원 스님 소신공양 file 운영자 2017-01-10 3023
220 '옳은 말' 깔치뜯기 file 운영자 2016-12-15 3034
219 식물이 죽는다고요? file 운영자 2016-11-30 3133
218 엄마 아빠 생각하며 잘 키우라고! file 운영자 2016-10-25 3492
» 난 이제 고구마 줄기랑 대화해야 한다. file 운영자 2016-10-01 3556
216 완벽한 무음 버전으로! file 운영자 2016-08-12 3646
215 자녀의 지성과 자유를 위한 '엄격함' file 운영자 2016-06-17 4400
214 불금 file 운영자 2016-06-03 4341
213 죽음을 부르는 매력 운영자 2016-05-17 4140
212 소변과 소변 사이 file 운영자 2016-05-13 4272
211 중간정산요구서 file 운영자 2016-05-02 4152
210 떡대의 진면목 file 운영자 2016-04-30 4017
209 오랜 세월 일에 전념한 생애를 만나다. file 운영자 2016-04-07 4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