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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님, 정말 섹시하세요~

조회 수 9052 추천 수 0 2006.05.21 10:19:00
코털아찌 *.249.11.201
Ocarina Etude 4...Church



인간으로써 요구할 수 있는 최소의 요구
자식 부모 남편이길 버리고 죽음으로 맞선 이들에겐 너무도 절실했던 바램
하지만 무자비한 구타와 연행으로 사태를 수습한
나라에 대한 집단 비판현실에 대한 혼란으로 이어져
몸에 불지른 전태일의 추락 나는 말하네.
늙은 지식인들이 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들은 몸으로 실천했음을
- 엠씨 스나이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이 젊은 랩퍼 엠씨 스나이퍼가 말하듯, 지식인들에 대한 비난 중 하나가 실천하지 못하면서 논하고 또 논하기만 하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지식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바로 리영희 선생.


70, 80년대 군부독재자들에게는 원흉이었던, 그러나 민중들에게는 은사였던 리영희 선생. 그가 쓴 저서만 해도 <전환시대의 논리>(1974) <우상과 이성>(1977) <분단을 넘어서>(1984) <역설의 변증>(1987) <자유인, 자유인>(1990)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1994) <스핑크스의 코>(1998) <반세기의 신화>(1999) 등, 너무도 많다.
선생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웬만한 한국사의 질곡과 논쟁, 그리고 그가 겪었을 역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남색 정장 입고 나타나신 '리영희 선생님'

▲ 소감을 말씀하시고 계신 리영희 선생님.
리영희 선생께서 기자협회에서 선정한 '기자의 혼' 상을 받게 됐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기자협회는 1980년 광주항쟁 당시 신군부독재의 광주학살 왜곡보도에 반대하여 제작거부 투쟁을 시작한 5월 20일을 '기자의 날'로 제정, 19일 저녁 6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제정기념 제1회 '기자의 혼' 상에 리영희 선생이 선정된 것.


선생은 남색 정장을 깔끔하게 입고 두 손을 모으신 채 앉아계셨다. 앙다문 입술에 무표정한 모습은 엄숙하고 권위를 상기하게 했으나 간혹 웃으실 때마다 느껴지는 천진함은 알 수 없는 미묘함을 줬다. 과연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인 선생께선 어떤 말씀을 하실까?

26년 전인 80년 5월. 항쟁이 발생할 당시 리영희 선생은 영문도 모른 채 남산에 있는 돌을 깎아만든 방 속에 갇히셨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고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나오셨다고. 그 후 사모님이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는 호외를 보여주시더란다.


선생께선 "Freedom of Speech"와 "Freedom of Press" 둘 다 중요하지만 전자가 우선이라고 하셨다. 언론(press)도 중요하지만 특히 "Individual freedom of speech" 즉, 개개인의 의사표현의 자유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 오랜 세월 수고 많으셨습니다"

▲ 감회가 새롭습니다.
▲ 이야! 글씨 잘쓴다!
2000년 뇌출혈을 겪으셔서 오른손과 발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또랑또랑 말씀하시는 모습에 안타까워 "그만 하시고 쉬시지"하던 찰나에 싱긋이 웃으시며 "제가 글은 잘 쓰지만, 말은 잘못해서"라고 말씀하시며 소감을 끝내셨다. 따뜻한 박수가 울려 퍼졌다. '선생님 오랜 세월 수고하셨습니다. 어쩜 그렇게 부지런하시고 두려움도 없으셨더랍니까?'


이후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권위있어 보이는 국회의원부터 기자, 정장차림의 사람들까지. 모두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 때 한 명이 소리친다.
"선생님! 제 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가 누구라 그러는지 아세요?"
"엉? 누구?" (무척이나 궁금해하시는 눈치이다)
"리영희 선생님이래요."
"그래? 브라보!"


나는 리영희 선생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전환시대의 논리>와 <대화>, 이렇게 두 권의 책을 가지고 갔다. 하지만 너무 쑥스러워 기념식이 끝날 때까지 선생님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고 사모님 옆에서 "사인받고 싶은데"란 말을 같은 톤으로 읊조리기 30분.
"얘 사인 좀 해줘요."

"선생님! 항상 그렇게 웃으세요"

▲ 리영희교수님 친필싸인
ⓒ 김솔지
선생님께 볼펜을 쥐어드리려는데 눈물이 나려 했다. 선생님의 오른손은 정말 고왔지만 심하게 떨렸다. 볼펜을 넘겨드릴 수 없어서 주춤하는데 '확' 낚아채신다. 그리고 남들이 보면 예술이라고 할 정도로 기가 막힌 글씨를 써내려 가신다.

'리. 영. 희. 2006.5.19'

그리곤 "이야! 글씨 잘 쓴다!"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선생님 항상 그렇게 웃으세요. 정말 섹시! 하답니다. 섹시하다는 것이 별 건가요?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머리 뒤에서 후광이 번쩍여봐라 내가 굴하나!' 이런 자세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나는 하루하루를 산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고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가 아직도 까마득하다. 조급하면서도 느리다. 사회 돌아가는 일들에 실망하고 분노하면서 무관심해지는 나를 보곤 한다. 그리고 다시 원위치해서 내 살길만을 걱정한다. 한 길을 몇십 년의 역경을 헤치고 나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그럴 자신도 없다.

그런 나에게 이런 만남은 너무나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부당함에 분노할 줄 알고 현실의 안위를 박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네가 가는 길을 틀어서 퇴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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