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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홍세화-진중권의 '된장사회주의'를 비판한다

조회 수 8428 추천 수 0 2008.03.13 22:46:04
코털아찌 *.212.25.3
Solveig's song...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홍세화는 자칭 파리의 택시운전사이다.
그는 파리에서 20년 가까이 노동자로 살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이른바 '똘레랑스'라는 것에 약간 도취하지 않았나 싶다.
똘레랑스는 우리말로 '상대 존중' 또는 '관용' 정도로 옮기면 되는 말인 것 같다.

관용? 대단히 훌륭한 미덕이다.
그는 자기 저서에서 프랑스 사람의 똘레랑스에 감동된 체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무튼 '똘레랑스' 하면 곧장 홍세화를 떠올릴 정도로 그 말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게 사실이다. 

한편 진중권은 베를린에서 미학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는 네덜란드의 에셔와 이탈리아의 파라네시, 그리고 벨기에의 마그리트 등에 다소 심취된 미학도인 것 같다.
하지만 최근 그의 첨예한 관심은 미술이 아닌 정치에 있어 보인다.

진중권은 극우도 경멸하지만 극좌도 멸시한다.
그에 의하면 극우건 극좌건 모두 파시스트일 따름이다.
그러니 그는 김용갑·조갑제를 경멸함과 동시에 김일성·김정일도 멸시한다.
이것 역시 물론 나름대로 합당한 가치관이다.


홍세화와 진중권, 왜 분당을 선동하나

홍세화와 진중권은 참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은 유럽에서 일정한 세월을 보냈다.
두 사람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
두 사람은 진보논객으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한 적도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잡지 <아웃사이더>의 편집위원이기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최근 민주노동당의 분당을 선동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말하는 분당의 이유도 똑같다.
언제부턴가 유행을 타기 시작한 용어로 말하자면 '종북주의자'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의 최근 발언을 들어보자.

"그들의 문화는 광신자 집단이나 사교 집단의 그것에 가깝다…(중략)…광신자들은 사람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로 가르고, 믿지 않는 자는 대화의 대상으로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사교 집단은 교주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다.(홍세화)"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기생충의 수가 너무 많아 숙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중략)…민노당 내 종북파가 진정으로 섬기는 당은 북한의 조선노동당이고 민노당은 북한 정권을 보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 종북파는 진보가 아니라 수구 중에서도 가장 반동적인 세력이다.(진중권)

"죽는 날까지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던 홍세화에게 묻는다

   
홍세화씨(자료사진).

먼저 홍세화에게 한 가지만 묻는다. 최소 4년 이상 같은 당에 몸담고 있던 옛 동지들에게 사교 집단이라고 공언하는 것은 당신의 그 알량한 프랑스산(産) 똘레랑스와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가?

"나는 죽는 날까지 민주노동당 당원일 것이다."

이는 홍세화가 불과 4년 전인 2004년 4·15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3%의 지지율로 11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자, <진보가 보수에게>라는 책자에 특별기고를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끝까지 대동단결해 싸워 줄 것을 민노당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홍세화는 불과 석 달 전인 작년 10월 10일만 해도 분당 따위는 입 밖에 내지도 않았다.
그는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을 경계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는 것은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니 문국현씨가 포함된 범여권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심하게 비판했다.
홍세화는 말하기를, 그런 주장은 "진보정치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타박했다.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나도록 민노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홍세화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는 대선을 꼭 한 달 남겨둔 작년 11월 1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민노당을 비판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문국현 후보에 대한 호의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민노당의 수권 능력에 회의를 표시한 후 말한다.

"내가 그 분(문국현)을 알 기회는 없었죠. 그러나 뭔가 기대를 해 볼 만하다는 점에서 단어 하나를 떠올려 보면 '품격'이라는 겁니다. 다른 어떤 후보에서도 보이지 않는 품격이라는 게 그 분에게는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를 언급하면서 품격을 운운하는 그의 인격은 어떤 유형일까?
게다가 자기 당 후보는 비판하면서 자기 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후보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심리의 저변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홍세화의 우려대로 민노당은 대선에서 패배했다.
언제나 패배의 원인은 복합적인 법이다.
그 중 문국현 후보에게로 진보 표가 갈린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렇게 해 놓고 대선에서 패배하자 갑자기 '종북파' 운운하고 '사교 집단'을 거론하는 홍세화의 말을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범여권의 민주신당 출범을 '작살'냈던 진중권, 이젠 민노당 분당론을...


   
진중권씨(자료사진).

"정당을 하나 만들었으면 100년을 가든 1000년을 가든 유지해야 하는데 정당이 몇 년 만에 없어지고…. 100년 간다고 그랬나요? 또 갈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

진중권이 불과 석 달 전인 작년 10월 14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범여권의 민주신당 출범을 그는 이렇게 '작살'낸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민노당 분당론을 들고 나오니 약간 어리둥절해진다. 그의 총기가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한껏 방심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홍세화와 진중권은 민노당 분당파 중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가장 큰 두 사람이다. 그들이 말하는 종북파나 종북주의가 민노당 내에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특히 진중권은 민노당이 4년 전 종북파를 입당시키는데 항의하기 위해 탈당했다고 하니 그의 주장이 허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민노당 내 종북파가 정말 '사교 집단'이고 진짜 '좌익 파시스트'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는 데에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두 사람은 유럽에서 오래 생활하거나 공부했다.
그들이 아는 사회주의는 유럽식 사회주의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지난 언행에 비추어볼 때 그들은 유럽을 지나치게 선망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았다.

홍세화와 진중권은 북한을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이 북한을 봉건왕조라고 규정하는 것은 난센스밖에는 되지 않는다.
북한은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이 다 몰락했어도 여전히 버틸 수 있는 고유의 체제 비결을 가진 정체(政體)이다.

김일성 부자 세습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해도 불가피한 면도 있는 것이다.
북핵 역시 그러한 면이 있다. 미국과 프랑스의 핵은 당연시하면서도 북한의 핵만 문제삼는 태도는 비이성적인 것이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나 김정일의 선군정치 역시 권력구조라기보다는 정치체제로 이해하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진중권이 이명박 인수위를 탈레반이나 빈 라덴에 비유하여 성토한 기사를 읽었다.
이런 점에서 진중권이 참 순진하다는 것이다.
진중권은 정작 탈레반이나 빈 라덴의 정체성에 대해 썩 잘 아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홍세화-진중권 성급한 분당론을 재고하라

지금 북한은 홍세화나 진중권이 (순진하게) 아는 것처럼 그렇게 폐쇄적이지도 않다.
평양에는 정주영체육관이 있으며 북한 인구의 20% 이상이 남한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북한 남자들은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애창하기도 한다.
7·1 경제조치 이후 북한에서는 이혼과 시장주의와 사유재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홍세화나 진중권은 민노당의 종북주의를 마냥 구시대의 논리라고 매도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북한관이 정작 구시대의 것이 아닌지를 핍진(사정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이)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종북주의는 쉬운 말로 해서 '빨갱이'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빨갱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직한 태도가 아닐까 한다.
설마 빨갱이라고 하면 수구꼴통이고, 종북이라고 하면 진보 혹은 지식인이 되는 것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성급한 분당론에 재고가 따랐으면 좋겠다.
아니면 먼저 홍세화는 평생 민노당원을 하겠다는 4년 전의 가열한 맹세를 회수해야 한다.
아울러 진중권은 정당이 100년·1000년 가야 한다는 홀로 옹골찼던 주장을 부정해야 한다.
끝으로 당신들이 좋아하는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숱하게 노선을 변경하면서도 무려 130년 동안이나 정체성과 당명을 바꾸지 않았음도 상기해 주기 바란다.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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