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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210. 이제야 강인가요

조회 수 889 추천 수 0 2017.12.13 22: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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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강인가요

하동삼 김재규 형님의 고희연에 부쳐 / 김일석


작은 여울이 되어

등성이를 넘고 논밭을 지나

서로 갈라지고 찢어진 채

때론 눈물로

때론 분노로

때론 회한으로

흐르고 흐르다

이제야 강인가요


해방의 투석전이 이어진

30년 전 서면 뒷골목에서

이제 마흔이란 형님의 말씀에

소스라쳤던 우리 혁명의 꿈이

우리 혁명의 시대가

꾸역꾸역 흐르고 흘러

부둥켜안고 섞이다 때론 등 돌리며

박 터지게 살다 이제야 강인가요


꽃 피는 시절도 없이

허기진 우리 몸뚱어리에서

이파리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한 시절 반짝였던 우리 이념의 줄기는

시들고 메마른 채

노상 습격하는 이별에 길들어 살다

이제 겨우 뿌리만 남아

여태 어두운 대지를 헤매며 살다

아, 이제야 강인가요


동지여, 이제 강이라면

강이라면

늙은 나무의 뿌리보다 더 깊이

뿌리의 절망보다 더 간절히

우리 물결 되어

저 바다로 도도히 흘러

동지애를 지키며 산 사람들의

오랜 기쁨을 토하는 잔치를 엽시다


고희의 축하와 감사를 넘어

기어코 존엄의 바다에 닿거든

사랑의 바다에 닿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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