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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맙고 늘 사랑해요!

조회 수 385 추천 수 0 2018.04.23 11:03:26




부산에선 밥 해먹을 온갖 채소와 반찬을 준비하고 얼려 여러 보따리에 챙겨가니 광주에선 이런저런 과일과 고기, 내가 좋아하는 화분까지 듬뿍 싸 들고 와, 아름다운 충주호 근처의 서양식 펜션에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모였다. 아무런 얽매임 없이, 그저 웃음으로 일관한 이틀간의 끊임없는 수다와 끊임없는 흡입의 시간은 살갗이 따가울 만큼 자잘한 기쁨이 마구 찔러대는 시간이었다.


엄마 아빠 연애 이야기에서부터 북 콘 뒷이야기, 폭력이 사라진 군대 이야기, 편지 백 통을 보내왔다는 막둥이 여자친구 이야기, 뇌수술과 심장, 콩팥의 부조화와 280까지 치솟는 혈압, 그리고 고마운 주치의 쌤 이야기, 기나긴 절망과 대치했던 질기디질긴 기도 이야기, 투병 과정의 극심한 궁핍으로 한 학기 남기고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몹시 슬픈 이야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가족사가 핏물이 되어 식탁 위로 번졌고, 모두 그것들을 사랑으로 치환하려는 의지의 투사처럼 소란스레 주체적 모다(^^)를 돌려댔다.


아이들을 보내고 처연한 빗길을 달려 내려오며, 비로소 우리 부부의 가슴에 송송 열린 포도송이 같은 기쁨들을 예감하고 실감했다. 아무도 생육사의 고난 앞에 포기하지 않았음이 기뻤고, 모두 사랑이 깊어진 게 기뻤다.

광주에 먼저 도착한 딸아이의 명랑한 목소리가 핸들 움켜쥐고 빗길 달리던 내 정신을 흔들었다. 

"엄마 아빠, 너무 수고 많았어요, 늘 고맙고 늘 사랑해요!"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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