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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하게 읽는 김규항의 '예수전' (돌베개)

조회 수 9147 추천 수 0 2011.07.08 08:24:32

김규항 (2009) 예수전, 돌베개


 

김규항이 예수전을 드러내 이야기 한 것은 2004년부터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성경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제도권 교회에 몸과 마음이 피로했던 사람들은 상당히 기다려온 셈인데 2008년 말에 '다 되어간다'던 그의 진행보고성 약속은 4개월에 지나서야 이뤄졌다.
왜 이리 늦었냐고 책망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그가 꾸준히 예수전에 관한 이야기를 그간 해왔기에 무슨 티저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밝히고 넘어갈란다.

어쨌든 어렵사리 나온 예수전은 이른바 잘나가는 책이 되었다.
알라딘을 흘끔 보니 그의 책은 이미 종교/역학 주간베스트6위에 올랐다.
생각컨대 정작 이러한 순위상승에 정작 기독교인은 많은 기여를 못했을 것이다.
김규항이 언젠가 말했듯 그의 글로 배설감과 쾌감을 느꼈던 양식있는 중산층이 많이 샀을 것이다.
2MB가 들어서고 변비걸린 중산층이 많아서일까.


나 역시 얼른 구입했다.
그가 써내는 문제와 문체를 공감해왔던 터라 안 살 수가 없었다.
받아본 책은 노란색 깔끔한 표지의 '양장본'이었다.
예전에 봤던 B급좌파라는 책은 재생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어째 이번에는 독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도 주지 않고 양장만 출판했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포켓용으로 제작된 두껍지 않은 이 책값은 서민에게 만만치 않은 13,000원이 됐다. 그 스스로가 책을 파는데 양식있는 중산층을 노린 것은 아닐까.

처음부터 티저광고니 책장사니 하면서 내용과 관련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냥 그의 언행을 오래 지켜본 독자로써 궁금해서 한 말이다.


책을 읽었다.
책은 예수가 살아 생전에 행한 말과 행동을 가장 믿음직스럽게 담은 [마르코 복음]을 사실삼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풀어냈다.
그는 "놀랍게도 2,000년전 예수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말하고 있음을 확인" (11) 했다고 적고 있다.

예수의 삶을 한 인간이 그린 궤적으로 이해하는 김규항은 오늘날 우리에게 한 인간의 삶이 주는 울림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사회주의(204)와 변혁운동(36), 빈부격차(208-210) 들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김규항은 예수를 전거삼아 자신이 하고픈 말을 했는데 바로 이 지점이 그가 쓴 예수전이 뻔하지 않은 이유이자 논쟁의 여지를 남기는 부분이다.

김규항은 예수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은 듯 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예수라는 인물을 재해석함으로써 익숙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에서 큰 스피커에 대고 여러 날을 부르짖어도 먹히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이 친근한 사례들과 공감가는 유추로 꿈쩍않을 듯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었다.


김규항이 예수의 말과 행동을 새롭게 읽을 수 있었던 일차적인 이유는 그가 오랜 시간동안 마르코 복음을 톺아 보았기 때문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스스로도 "복음서 읽기와 묵상을 거듭"했다고 밝히고 있다 (11).

하지만 그의 새로운 시각에는 앞서 이야기한 논쟁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듯 하다.
나는 예수를 해석함과 관련해서 아는 것이 없다만 예수가 죽고 2천년이 지난 것은 알고 있다.
적어도 오랜 기간 켜켜이 쌓인 기존의 해석을 뒤집을 만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논거와 자료가 필요한 법인데 학술서가 아닌 그의 책에서 그러한 내용은 거의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자신의 해석에 어떠한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길고 긴 세월 동안 김규항만큼 전복적 상상력으로 텍스트를 묵상했던 사람이 없었을까?
누군가 예수의 언행을 김규항처럼 읽었던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규항의 글에는 이에 대한 (각주나 소개를 통해 표현되는) '인정함'이 없다.
정확히 살피지는 않았지만 나는 221쪽에 가서야 그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견해를 책이름과 함께 소개하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저자가 기존의 해석들과 겨루어 보겠다고 이 책을 낸 바는 아니고 예수의 삶을 조명하며 우리네 삶을 돌아보자는 의미일 테니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자신의 해석이 다른 어떤 해석들의 기반위에 서 있는지 밝혀주는 것이 더 윤리적일 것이다.

결론으로, 나는 이 책이 '탁월한'통찰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러한 통찰력에 대한 칭찬은 이미 차고 넘치므로 내가 안타깝게 생각한 부분을 중심으로 엮어 봤다.

아 그리고 김규항만큼 뛰어나게 예수의 행적을 읽어낸 자가 또 있다 (사실 많겠지).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田川建三 (1983) 예수라는 사나이, 한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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