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더는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단 말이다~!

조회 수 4113 추천 수 0 2015.05.26 17:23:32


웅촌을 뒤덮은 까마귀떼


crow.jpg



정치권력이 아무리 개판이어도, 오만과 방종에 빠진 철밥통이 밤거리를 흥청거려도, 걸핏하면 술에 취해 뒷골목마다 쉰내 게우는, 체제에 동의하는 군상들로 이놈의 세상 하루하루 썩어 문드러져도, 민중의 소소한 불편을 도와 곳곳에서 제 역할 하는 참된 공직자를 만나면 기쁘다.

장애진단과 관련한 몇 가지 소소한(재진단, 이사로 인한 수도, 전기, 가스 요금 감면 등의) 일감을 처리하며 구청과 주민센터를 오가다 별처럼 제자리에서 반짝이는 민중의 지팡이를 만났다. 굳이 불편한 장애인을 직접 오라고 하거나, 내용이 확인되었음에도 이런저런 요식절차에 따른 서류를 요구하는, 무수한 형식주의자 틈에서 그녀의 실용적인 태도와 정신은 단연 빛났다. 


그저께 진시장에서 커튼을 만들어 싣고 서면 로터리로 진입하는데 규정 차선을 위반했다며, 스티커를 끊던 경찰을 생각한다. 전용차로를 제외한 3개 차로로 오다가 5개 차로로 바뀌는 교차로 정지선을 넘어설 때 유령처럼 나타난 그는 날 정지시켰다. 뒤에 차가 밀리든 말든, 차로 변경이 어려운 교차로의 성격은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단속 만능의 태도에 난 질려버렸다.

'당신은 민중의 실용과 복지에 복무하는가, 국가주의와 권력에 복무하는가?'라고 큰소리로 물었지만, 들은 척 만 척하며 '벌점은 없으며 범칙금 3만 원을 10일 내 은행에 납부하십시오.'라며 끝까지 제 할 말만 했다. 심장의 화가 신경회로를 타고 뒷골로 치솟을 때 '당신은 도대체 단속만이 능사인 기계인 거야, 민중의 지팡이인 거야?'라고 큰소릴 질렀지만, 그는 나의 외침을 완전 개무시했다. 니기미, 정말이지 공직사회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골청소부터 하지 않으면 단언컨대 이 사회의 희망은 똥망이다.


또 얼마 전, 통행량이 거의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에 차를 대고 잠시 사람 만나 일 보고 오니 주차위반 스티커를 막 붙이고 가는 중이었다. '꼭 필요한 곳에서 단속하지 않고 왜 이런 곳에서 하느냐?', '시의 허용 주차면 수가 차량의 수보다 수십만 면이 적은데, 그러면 수십만 시민이 차를 머리에 이고 다녀야 하느냐?'라고 따져 물었으나 주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곳의 주차는 불법이라는, 영양가 없는 주문을 외더니 홀랑 쌩까고 가버렸다. 아, 씨바! 

지천으로

부지불식간에

뜬금없이

흡혈귀가 출몰하여 여기저기 쪽쪽 빨아제끼니 도대체 열 받아서 나는 이 나라에서 더는 못 살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8 고갱님, 신청곡 나갑미다! file 운영자 2016-03-30 4147
207 이 밤과 아침의 간절함이 file 운영자 2016-03-28 4043
206 뻥치지 마! file 운영자 2016-03-08 3980
205 왜 내 옆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file 운영자 2015-11-03 4322
204 문재인 대표의 화 file 운영자 2015-10-18 4437
203 실낱의 치유와 각성의 자투리라도 file 운영자 2015-10-03 4197
202 쌍차 김득중 지부장의 단식 file 운영자 2015-09-10 4457
201 눈물의 기도 file 운영자 2015-09-10 4507
200 모든 상의 의미와 권위를 부정하며 file 운영자 2015-09-06 4240
199 철학 에세이 / 위대함 file 운영자 2015-08-31 4087
198 철학 에세이 / 자기결정권 file 운영자 2015-08-29 4133
197 아, 500일이라니! file 운영자 2015-08-26 4090
196 3일간의 서울 원정기 file 운영자 2015-08-17 4144
195 불법 가택침입을 시도할 생각 file 운영자 2015-08-04 4162
194 '막달리나' 노파~ file 운영자 2015-07-28 4604
193 또박또박 필사한 나의 시 file 운영자 2015-07-16 4376
192 우울증과 사회화 file 운영자 2015-07-06 4318
191 쇼핑몰 file 운영자 2015-07-05 4440
190 할아버지의 오토바이 file 운영자 2015-06-26 4575
189 여행 file 운영자 2015-06-24 4288
188 치유의 글쓰기 file 운영자 2015-06-22 4212
187 안 깐 데 골라 까기 file 운영자 2015-06-19 4139
186 청소나 요리라도 열심히 하자 싶어 file 운영자 2015-06-18 4261
185 친구 이야기 file 운영자 2015-06-12 4207
184 권력의 대마필생 전략 file 운영자 2015-06-10 4143
183 첫 외출, 밀양으로~ file 운영자 2015-06-09 4194
182 알마 섬 귀신 이야기 file 운영자 2015-05-29 5215
» 더는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단 말이다~! file 운영자 2015-05-26 4113
180 바람처럼 영혼에 스미는 평화 file 운영자 2015-05-25 4097
179 그 붉은 격문과 꽃잎들에 꼭 참배할 수 있기를 file 운영자 2015-05-18 4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