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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가택침입을 시도할 생각

조회 수 4161 추천 수 0 2015.08.04 12: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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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초라한 내 영혼이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버둥대는 날이었지만, 한편으론 매우 기쁜 날이었다. 

땀 뻘뻘 흘리며 학장동 재활병원과 용호동 치과를 아내랑 오갈 땐 무척 괴로웠는데, 

설창덕 쌤과의 오붓한 저녁과 커피 한 잔, 그리고 느닷없는 질병과의 투쟁, 

상담과 관련한 온갖 얘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나에겐 위로였다.


아내와 같은 증세로 오랜 시간 투병 중인 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마치 6.25 때 헤어진 형제를 만난 듯 온몸의 세포를 각성케 하는 간절함이 함께 했다. 

뇌출혈, 혈압, 과로, 상담, 가족, 심리, 재활 등을 주제로 

누구에게도 쉬 하지 못한 내밀한 얘기가 목구멍을 타고 꾸역꾸역 올라올 때 

알싸한 시심이 울렁거렸다. 

설 쌤은 나의 오지랖과 건강을 염려하였지만, 

암울한 문턱을 넘고 넘어 만면에 미소 가득한 얼굴로 앉은 그가 고마웠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이는 몹시 의타적 표현이지만, 

뇌병변 환자의 불굴의 재활 의지, 장애인의 일상의 위태로움, 

상담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얘기하며 난 잠시 슬퍼하기도 했다.

이제 강물이 되어버린 그의 마음이 버리려고 내놓은 책더미에서 반짝이는 금. 은. 동을 찾으러 

오늘은 잠시 불법 가택침입을 시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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