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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님, 신청곡 나갑미다!

조회 수 3941 추천 수 0 2016.03.30 05: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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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님, 신청곡 나갑미다!



병실에서 세 시간쯤 자고 먹을거리와 수업 준비 탓에 새벽 세 시가 넘어 차를 몰고 병원서 나왔다.

내려오는 길에 백병원 입구 삼거리에서 몹시 비틀거리며 걷는 이 발견, 차를 세웠다.

창을 열고 타시라 했더니 만취한 아저씨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어디로 가느냐고 몇 번을 물었다.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어딜 가시든 태워드릴 테니 타세요!"
"아..., 이러면 안...되는데...안 되는데...", 그는 두어 번 멈칫거리다 "이러면 안 되는데..."를 반복하며 차에 올랐다.

그가 오르자 무슨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역한 냄새가 방사포 후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댁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우암동이란다.

집과는 반대 방향이었지만, 그가 부담 느낄까 싶어 같은 방향인 남천동 가는 길이라고 했다.
회사 동료들과 초저녁부터 시작해 4차까지 마셨단다.

주초에 이리 퍼마셔도 괜찮은 회사라니...ㅉㅉ


그는 대시보드 위 가지런히 꽂힌 수십 장의 시디를 보더니 음악을 듣고 싶다고 했고,

오디오 버튼을 누르니 듣다 만 전인권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비록 몹시 늙은 갈~노파지만, 타 본 사람은 다 안다.

밤에는 반짝반짝하는 조명까지 있어 매킨토시나 마란츠, 데논 부럽잖은, 쪼쿰 까리한 오디오다...^^
"닐 다이아몬드나 사이몬 가펑클 꺼 있섬미꺼? 전인권은 퇴폐적인 것 같아 별로 안 좋아하거든예."
"아, 잠깐만요, 찾아볼게요.", 잠시 차를 세우곤 어둠구석에 시디 찾다가

뜬금없이 생각나 학창시절 기타 치며 불렀던 Solitary Man을 나는 육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미린다 워즈 마인 틸 더 타임 댓아이 파운드 허~, 캭~! 홀딩 짐~, 러빙 힘~"
"와! 사장님 최곰미다! 정말 멋쟁임미다! 그라고 마음은 한 마디로 천사네요!"
취해서 머리도 못 가누는 아저씨의 감동 폭발(만취 버전의 립서비스일지도),

순간 잠자던 개그 본능에 전압이 걸렸고 난 그만 울대의 모다를 돌리고 말았다...^^


"술 취한 고갱님, 오늘 신청곡은 특별히 라이브로 직접 들려드리겠슴미다.

다음 곡은 사이몬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자 신청곡 나갑미다."
"웬유어 웨어리 필린스몰~ 웬 티어즈 아 인 유어 아이즈~ (코 훌쩍 들이마시고) 아일 드라이 뎀 올~ 음~"
내 아무리 프로라도 생목으로 길게 부르면 재미가 덜하니 두 곡 다 1절씩 불렀다.
잉? 조용?...ㅠㅠ
헐~! 우리 만취 고갱님, 잠들었!...ㅠㅠ


우암동 가까이 가 깨우니 그는 "아, 살다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정말 고맙심다.

사장님은 진정한 천삼미다!"를 외치며 평상시 얼라들이 두목에게 하듯 구십 도로 고개를 숙였다.

성지공고 앞에 내려드리고 차를 돌려 황령터널로 오르는데 새벽 4시 가까운 시간에도 음주단속 중이다.
오늘 비록 만취 고객이었지만, 오백만 원어치 넘게 찬사를 들었으니

주디~에 양기를 모아 기분 좋게 "쒜~!" 불어주고는 "아이고, 새벽까지 수고 많으십니다!", 립서비스 한 방 거하게 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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