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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일에 전념한 생애를 만나다.

조회 수 4120 추천 수 0 2016.04.07 22: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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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가정지원센터 팀장을 통해 한 기업가의 상담 의뢰가 있다 해서 언양엘 다녀왔다. 특별한 경우인데, 내담자의 연륜으로 보아 형식과 이론을 중시하는 심리상담사에겐 다소 버거운 사례일지 모른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해 35년 동안 건설업에 종사하셨다는 내담자, 건설 관련사를 여럿 거느린 분으로 일상의 우울, 인간관계의 문제로 힘들어하신다.


IMF 때 크게 부도를 맞고는 1년간 식구들 데리고 깊은 산 속 절에 피신했을 때 자녀들이 학교 가는 대신 부처님 앞에 엎드려 종일 절하던 이야기, 재기를 결심하고 세상에 나와 여기저기 돈 빌리러 선후배 찾았다가 자존감에 상처받았던 이야기, 거래처 사장과 믿었던 직원의 배신으로 인한 자괴감 등 무수한 생채기를 전하며 두 번을 흐느끼며 우셨다.


그 일생의 이야기를 응시하며 다 듣고는, 낮은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십 년의 투병 과정, 사랑, 약속, 책임, 장기 입원 중인 아내, 어제 병원에서 했던 신경 절제술 이야기를 하는데 충혈된 그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사는 게 다 그래요, 선생님."이라며 내 손을 잡으시는데, 나는 들어주셔서 고맙다며 앞으로 있을 상담에도 오늘처럼 해달라고 했더니 감사하다고 정중히 인사하셨다.


여생에 하시고 싶은 일을 가감 없이 말씀해달라고 했더니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간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미루었던 일들을 하고 싶다시며, 마음속 돌덩이가 되어버린 울화, 짜증, 분노, 충동, 배신, 복수를 마음에서 지우도록 노력하겠다 하셨다. 가장으로, 사업가로, 온갖 책무를 다하셨으며, 오랜 세월 일에 전념하신 그 생애를 진심으로 존중한다고 말씀드리고는 상담을 마쳤다.


식은 커피 마저 마시며 나서는데 "김 선생님 내공이 깊으십니다. 힘내십시오."라고 하시길래 조용히 미소를 전하고 차에 올랐다. 경중이야 다르겠지만, 사는 게 다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 상담이었다. 어둠 살 뚫고 비 오는 국도를 내려오며 닐영의 처연한 목소리를 듣는데, 문득 삶의 본질을 잊은 채 변죽을 울리는 일군의 산만한 자위주의자(?)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그것은 내게 시원을 알 수 없는 비애고 상처며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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