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완벽한 무음 버전으로!

조회 수 2843 추천 수 0 2016.08.12 11:53:06

remember11.jpg


백병원 로비에서 11층으로 오르는 길, 엘리베이터는 만원이었다. 

유모차에 누운 7~8개월쯤 된 아기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시선 둘 데 없는 사람들이 모두 중앙에 누운 아기를 바라보았고 중력을 거스르는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생경한 소음과 함께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탓이다. 

아기 부모는 왜 우는지 몰라 유모차 덮개를 젖히며 달래보려 했지만, 아기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기 엄마에게 살짝 말했다. 

"아기를 일으켜 안으세요. 낯설고 두려운 상태니까요."


아니나다를까, 엄마가 번쩍 들어 안으니 아기는 울음을 뚝 그쳤고, 엄마 등 뒤에 서 있던 나는 짧은 시간, 아기랑 뚫어지게 눈을 맞추었다.

11층 내과 병동에 오르기까지

난 외로이!

완벽한 무음 버전으로!

칙칙한 컬러, 광대역 표면적을 자랑하는 내 세숫대야의 입꼬리올림근, 볼근, 작은광대근, 눈둘레근, 눈썹주름근, 이마근을 안면 몰수하며 울랄라 깍꿍에서 살인 윙크, 혓바닥 내밀기까지 온갖 기교를 쏟아내었고, 아기는 엄마 어깨너머로 초절정 순수 미소를 선물로 남기곤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보아라,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지 못할 것이다.", 이건 주님 말씀^^

사진 / 29년 전, 울 집 가시나 얼라 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2 영화 1987 file 운영자 2018-01-10 59
231 무산계급의 휴식이란 게 file 운영자 2017-11-22 326
230 동네 목욕탕에서 file 운영자 2017-10-03 577
229 심혈관이 파르르 떨리고 오줌보가 공진하는~ file 운영자 2017-07-09 962
228 반팅 '옥자' file 운영자 2017-07-03 1060
227 1박 2일 거제도 일주 여행 file 운영자 2017-05-14 1453
226 경계를 서성이는 사람들 file 운영자 2017-04-24 1439
225 한복 이야기 file 운영자 2017-04-18 1471
224 쇳물 같은 언어들 file 운영자 2017-03-16 1649
223 장무콩폭투! file 운영자 2017-03-13 1661
222 정원 스님 소신공양 file 운영자 2017-01-10 2095
221 옳은 말 file 운영자 2016-12-15 2245
220 식물이 죽는다고요? file 운영자 2016-11-30 2333
219 엄마 아빠 생각하며 잘 키우라고! file 운영자 2016-10-25 2664
218 난 이제 고구마 줄기랑 대화해야 한다. file 운영자 2016-10-01 2751
» 완벽한 무음 버전으로! file 운영자 2016-08-12 2843
216 자녀의 지성과 자유를 위한 '엄격함' file 운영자 2016-06-17 3293
215 불금 file 운영자 2016-06-03 3254
214 죽음을 부르는 매력 운영자 2016-05-17 3340
213 소변과 소변 사이 file 운영자 2016-05-13 3205
212 중간정산요구서 file 운영자 2016-05-02 3235
211 떡대의 진면목 file 운영자 2016-04-30 3279
210 오랜 세월 일에 전념한 생애를 만나다. file 운영자 2016-04-07 3348
209 고갱님, 신청곡 나갑미다! file 운영자 2016-03-30 3354
208 이 밤과 아침의 간절함이 file 운영자 2016-03-28 3257
207 뻥치지 마! file 운영자 2016-03-08 3323
206 왜 내 옆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file 운영자 2015-11-03 3883
205 문재인 대표의 화 file 운영자 2015-10-18 3818
204 실낱의 치유와 각성의 자투리라도 file 운영자 2015-10-03 3766
203 철학 에세이 / 통찰력 file 운영자 2015-09-14 3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