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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스님 소신공양

조회 수 3131 추천 수 0 2017.01.10 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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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 세월호는 퇴로가 없는 암흑의 미로였다. 

그해 가을, 스님 컴퓨터에 든 아이들을 향한 슬픔의 기록들, 절망이 넘실대는 망명 신청서를 읽으며 한참 울었다.

이명박 계란 투척 사건, 그리고 시집 '조까라마이싱' 출간 후 여러 행사에서 만나며 우린 친구가 되기로 했다. 

세월호에 관한 주지와의 다툼으로 산속 절을 나온 뒤 

난 어떻게든 거처를 마련해보려고 금정산, 합천, 언양 등 여러 절을 찾아다녔고, 

뭔가 의지할 만한 일감이 필요하겠다 싶어 불교사 강연을 시도하기도 했다. 

가족관계로 상담했던 불자 기업가에게 부탁해 부산 경남 일대의 크고 작은 절을 함께 다녀보았지만, 현실적 제약이 많았다.

송전탑 농성장에 초대하거나 집에 며칠 기거하기도 했지만, 

중환자가 있으니 오래 있을 형편도 안 되어 후배 도움으로 수정동 쪽방에 잠시 지내기도 했다. 

염불 잘하는 목탁노동자가 기거할 절이 없다니.


베트남, 캄보디아 오지로 떠나 탁발 수행하던 스님, 귀국하자마자 외교부 청사 화염병 투척 시도로 투옥되었다.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면회 시간엔 스님께 독후감 제출하라고 난 닦달하기도 했다. 

무시로 생존을 보고해야 하는 보호관찰 기간 내내 낮엔 남부 터미널에서 탁발하고 저녁엔 광화문에서 지냈다. 

스님의 손목, 가슴, 이마, 슬리퍼, 가방에 매달린 노란 리본들, 

복전함, 목탁에 새겨진 그 선명한 분노와 절망은 어찌할 수 없는 거였다.


자결, 투신, 소신공양을 말하는 스님께 난 걸핏하면 '생활보호'의 행정과 현실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쉬 말하는 조직과 연대란 언어는 공허했으며 돌볼 줄 모르는 진실, 믿음, 복지는 참으로 헛되고 헛된 것이었다. 

영등포 숙소에서 손과 발의 염증을 왜 치료하지 않느냐고, 몸이 성해야 나라도 성할 거 아니냐고 화냈던 게 참 미안하다. 

불편한 몸 이끌고 스님 식탁을 챙기던 아내는 소년처럼 맑고 간결했던 당신의 모습을 얘기하며 슬피 운다.

당신이 남긴 뜻 기억하며 남은 시간 견디겠다고 마음 붙든다.

스님, 부디 안식에 드소서...()...


"나는 우주의 원소로 돌아가니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마라.”

슬픔의 흔적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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