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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이를 바라보는 내내 마음에 신비로움이 가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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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이를 위한 시 / 만덕 5지구의 고난에 부쳐



아연아

늙은 대추나무 혼절하던 날 

하나씩 하나씩 마을 어귀에서부터 

용역 깡패 앞세운 집게날로 

낱낱의 추억 내리찍던, 저 토건 괴물에 

뒷집의 정원이었던 아랫집 옥상이 

한방에 무너지는 걸 보고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

쭈그럭살 할배, 아빠 삼촌 이모 엄마들은 

이 봄 왜 이리 가슴 아프지


아연아

천날 만날 무너지던 피 같은 언덕배기

다 삭고 뭉그러진 마을 골목마다 

강아지랑 노닐던 휘파람새도 떠나고 

개발이익을 앞세운 야만과 싸우며 

울며불며 산지사방 읍소하고 다녔지만 

이제 슬픔뿐인 폐허의 참적(慘迹)에 남아 

널 보듬고 축가를 불러야 하는 이 봄 

왜 이리 눈물 나는 거지


아연아

대추나무가 열매 맺기를 포기하고

야트막한 뒷동산 손잡고 오르던 

아이들의 풀꽃 같은 재잘거림도, 화단에서 

눈망울 반짝이던 맨드라미 난초도

다 떠나니 외로워서 하나둘 고개 떨굴 때

원주민의 생애에 숙명처럼 배인, 그 

어울려 사는 핏물의 정서를 모르는 놈들이 

이 봄 깡그리 절망토록 할 순 없겠니


아연아

너의 백일을 축하하기 위해 여기

눈부신 봄날 어스름에 사람들이 모였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어요!'

'여기 아기가 태어났다고요!'

'내 집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이 봄 

너의 순결이 저 야비한 자본의 사냥개들에게 

생명의 증명서가 되어 

여기 앉은 상처들에 위로가 되어주렴

이제 비산 먼지 자욱한 대추나무 골의 아득한 

추억과 절망을 더는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 

우리 예쁜 아기 무럭무럭 잘 자라

사람들 가슴마다 빛나는 만덕이가 되어주렴

낱낱의 희망 꼭 붙들고 끝내 견디는 게 

초록빛 생명이 이윤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 

우리 아연이가 말해주렴

우리 예쁜 아기 어른이 될 때까지 

여기 앉은 사람들 꼭 세상을 바꾸고 말 테니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랄게

아연아, 우리 모두 네 백일이 기뻐 

마음 다해 축하하고 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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