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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166. 부민협 30주년에

조회 수 3878 추천 수 0 2015.05.08 18: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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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민협 30주년에



조방앞 금방 골목 끝자리

침침한 2층, 눈부신 모반을 꾀하던 

동지들이여 기억하십니까?

서슬 퍼런 이파리들이 번득이는 날 세워 

서로 지켜주어야 했던 반합법 전선, 그 

무언의 맹세들을 기억하십니까?

침묵과 헌신의 무게가 뒷덜미 누르던

그 살떨리던 시간을 기억하십니까?

미치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버거워 

하나 둘 거리를 내달리며 주먹 치뻗던 

그 반역의 꿈을 기억하십니까?


누더기 걸친 피붙이들의 비명과 

광주 이후 엄혹한 80년대의 숲에 살아남아  

무수한 꽃의 한과 분노를 짊어지고  

남포동 한복판에서 

오버브릿지에서 

대청동에서 

서면에서 

온천장에서 

내달렸던 반역의 거리를 기억하십니까?


부민협의 30년은 

분노와 절망의 갈피를 뛰쳐나와 

왜소한 희망 찾아 헤매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은 단 한 순간도 평온하지 않았으며 

상처투성이의 민중을 쓰다듬지 않았습니다

온몸 불덩어리로 던져진 우리의 영웅들을 비웃듯 

세상은 한 번도 평등한 적 없었으며

억압과 차별의 고삐를 늦춘 적 없었습니다


기억합니다

꼭두새벽 집집이 민주부산을 뿌리며 

냄새나는 쪽방에 웅크려 잠을 청했던 동지들

그 가난한 밤의 결핍을 기억합니다

백골단에 얻어터지고 

짐승처럼 사지 붙들려 끌려가고 

수배와 감청에 시달리면서도

민중해방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물신이 조롱하는 독과점 체제에 살아남아 

지난 30년, 그 역정의 자잘한 희망을 

여태 온몸으로 기억합니다


그리운 최성묵 목사님

그리운 서정만 선생님

그리운 김상찬 선배님

그리운 노무현 변호사님

그리운 손덕만 신부님

그리운 김나야 동지를 기억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민들레와 같아 이제껏 

영혼의 마디마디를 시리게 하시는 임이여

그 눈물의 빈소에 드리웠던 슬픔이 

요절한 꿈의 서러움임을 기억합니다


밤마다 자유를 토하는 도시는

넘치는 자유를 어찌할 줄 모르지만

30년 전 부민협 동지들의 꿈이 지금도 

혈관을 타고 흐르며 살아 숨쉬는 건

우리가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 부민협 동지들이여

우린 더 깊이 연대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가 견딘 30년의 궤적이 꿈꾼 세상은 

아직 미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부민협,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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