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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189 / 간여

조회 수 4119 추천 수 0 2015.12.20 15:35:36

간여 / 통영의 먼 섬 국도 남쪽의 간출여


sea14.jpg



간여


등대를 장악한 놈들이

구호 외치며 황홀한 유영을 계속할 때

저수온의 남해동부 원도권 해역은

고립무원의 난바다가 아니라

지배계급의 호쾌한 무도장이었다


좌사리와 국도의 물길을 뒤덮은

거대한 군집의 간극은

방어 숭어 고등어가 혼음하며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는 이종 공생의 관습법과

자연법의 존엄을 실증하는 터였다


외로운 물골에 숨어 살지 않아도 되고

하늘에 올라 눈물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인증서를 달라지 않는 곳

차벽도 물대포도 무전기도 없는

그곳은 은빛 반짝이는 유토피아였다


추우면 추운 대로 따시면 따신 대로

존재의 경멸과 혐오 대신

위로와 존경을 숭배하며 무시로

물비늘 뚫고 일제히 와르르 튀어 오르는

생명감각의 거대한 혁명 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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