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투병일기 211. 자학(自虐)

조회 수 596 추천 수 0 2018.02.04 13:31:08

elec2 (1).jpg



자학(自虐)



내 품 떠난 무지의 언어가

세상 떠돌다 가라앉아 

어느 초라한 생애에 땟국물처럼 

질척일까 두려울 때가 있어


저 나무가 몇 살쯤인지 

벌은 어찌 날며 어찌 꽃을 찾는지 

밤의 소나기를 이긴 풀이 

어찌 몸을 일으키는지도 모르면서


어머니의

당신의 어머니와 보내셨을

아득한 환영과 그리움도 모른 체 

진부한 사유의 담장을 넘은 

내 어설픈 언어들이 부끄러울 때



가끔, 버릇처럼 하는 글쓰기에 회의가 엄습할 때가 있다. 

지독한 사랑과 연민이든 불복(不服)의 정신과 투쟁이든, 칼끝의 벼린 글을 쓰겠다 했음에도 낡은 책갈피를 뚫고 나오는 허무의 나락을 만나면, 지난 시간의 쟁여진 슬픔이 부끄러워 책장을 찢고 싶을 때가 그렇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기구하다, 씨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투병일기 211. 자학(自虐) file 운영자 2018-02-04 596
316 투병일기 210. 이제야 강인가요 file 운영자 2017-12-13 751
315 투병일기 209 / 지진 file 운영자 2017-05-16 1621
314 투병일기 208 / 시집을 읽을 때 file 운영자 2017-03-16 1955
313 투병일기 207 / 고해(苦海)의 진동 file 운영자 2017-03-11 1913
312 투병일기 206 / 수저 한 벌 file 운영자 2017-03-11 1730
311 투병일기 205 / 빗방울 file 운영자 2016-09-02 3092
310 투병일기 204 / 식물의 삶 file 운영자 2016-08-06 2978
309 투병일기 203 / 마담 이 여사 file 운영자 2016-07-23 3107
308 투병일기 202 / 나는 개돼지야 file 운영자 2016-07-12 3024
307 투병일기 201 / 음모 file 운영자 2016-05-26 3266
306 투병일기 200 / 나의 바다로 file 운영자 2016-05-21 3033
305 투병일기 199 / 꽃잎의 분신 file 운영자 2016-04-06 3407
304 투병일기 198 / 봄밤 file 운영자 2016-03-25 3208
303 투병일기 197 / 불량 file 운영자 2016-03-25 2999
302 투병일기 196 / 교환 file 운영자 2016-03-18 3230
301 투병일기 195 / 나무의 묵언(默言) file 운영자 2016-03-09 3294
300 투병일기 194 / 김치 2. file 운영자 2016-03-06 3295
299 투병일기 193 / 우물 file 운영자 2016-03-05 3207
298 투병일기 192 / 노르웨이 숲 file 운영자 2016-03-05 3222
297 투병일기 191 / 바라보기 file 운영자 2016-03-05 3323
296 투병일기 190 / 엄마 냄새 file 운영자 2016-03-05 3139
295 투병일기 189 / 간여 file 운영자 2015-12-20 3779
294 투병일기 188 / 부정교합 file 운영자 2015-12-05 3788
293 투병일기 187 / 장물 file 운영자 2015-12-05 3650
292 투병일기 186 / 적의 소굴 file 운영자 2015-11-26 3721
291 투병일기 185 / 가물치에게 file 운영자 2015-11-17 3791
290 투병일기 184 / 몸의 언어 file 운영자 2015-11-10 3609
289 투병일기 183 / 하늘 file 운영자 2015-11-03 3656
288 투병일기 182 / 질긴 살점 file 운영자 2015-11-01 3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