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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이야기

조회 수 3781 추천 수 0 2012.12.17 00:50:32

배경음악 / Nostalgia
 
아내가 입원한 지 이제 7개월째 접어들었다.
그간 한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김치냉장고 안쪽 칸, 호기심으로 열었다가 기절할 뻔 했다.
버려야 할 김치는 버리고 묵은 김치는 몇 번에 걸쳐 씻어서 새 통에 담았다.
씻은 김치는 반찬 없을 때 먹을만 하니까.

비운 김치통 두 개 씻고 나서 일 벌린 김에 냉장고 속 반찬도 싹 정리하고 나니 세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야 유자차 한 잔 마신다, 하루가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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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라고 아들은 친구집으로 가고, 퇴근 후 혼자 집에서 쓸쓸히 주방 정리만 했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쁘니 그만 자야 하는데 잠이 싹 달아났다.
요즘은 매일같이 병원엘 가서 아내를 잠시라도 보고 오거나 밤새 병실을 지키기도 하지만, 문득문득 아내가 그립다.
자신의 몸과 싸우면서 아내는 점점 천사가 되어가고 있는데
하루하루 사는 게 전쟁이니 난 매일 전사가 되어가고 있다...ㅠㅠ
(병실에서 딸아이가 찍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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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밀고 나니 거의 건달이거나 땡중이거나...^^
따스한 겨울 햇살이 좋아 휠체어에 앉아 잠시 망중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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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운동치료와 작업치료를 하고 있지만 잠시라도 멈칫거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오전, 오후의 치료시간 틈틈이 옥상에 올라 여러 운동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다리운동 하라고 엄마를 운동기계에 앉히고는 훌라후프를...
병원과 집을 오가며 엄마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노력하는 딸아이의 의지와 노력이 눈물겹다.
하나님께선 되려 두 아이와 날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아내를 쓰러지게 하셨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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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선 할매들이 자주 집쩍인다.
덩치가 크다는둥, 뱃속에 얼라가 들었다는둥...
심지어 내 배를 슬쩍슬쩍 만지는 할매도 있다.
이 할매들, 혹 더부록한 아저씨의 외모에서 남자를 느끼는 걸까?
아무튼 난 복도든 치료실이든 할매들과 짧은 반응을 주고받는 데엔 촌철살인의 순발력이 있다.
확 끌리는 멋진 할매는 없지만...^^
5층 병실 복도, 소파 옆에 앉은 할매, 거의 반말 투로 롯데마트 장 보러 갈 때 데리고 가 달란다...ㅠㅠ
오빤 할매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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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된 팔과 손을 회복하기 위해 아내는 매일 눈물겨운 노력을 다 하고 있다.
날이 차가워도 햇살이 드는 두세 시간 동안 중무장을 하고 옥상에 올라 열심히 운동을 한다.
'손은 밖으로 드러난 뇌'라 하는데, 그래서인지 회복이 참으로 더디다.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매일 열심히 기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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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하고 비좁은 병실에만 있을 수 없으니 날이 차갑지만 옥상에 올라 운동과 함께 일광욕도 한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는 조금씩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며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빨래터 앞에 걸터앉아 수다 떠는 시간이 우리에겐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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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거리는 환자들의 얼굴엔 가난의 고통이 켜켜이 쌓여 있다.
몸을 돌보지 않고 살아온 눍은 노동자의 초췌한 얼굴과 그득한 비애.
이제 우린 왜곡된 체제에 길들여진 소유와 욕망의 얼굴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서로에게 작은 언덕이 되는,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

피와 땀으로 만들어온 민주주의를 훼절하고 배신한 온갖 쓰레기들을
역사의 저편으로 몰아내는 12월 19일이어야 한다
12월 19일엔 위대한 반란을, 위대한 한 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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