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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211. 자학(自虐)

조회 수 1329 추천 수 0 2018.02.04 13: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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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自虐)



내 품 떠난 무지의 언어가

세상 떠돌다 가라앉아 

어느 초라한 생애에 땟국물처럼 

질척일까 두려울 때가 있어


저 나무가 몇 살쯤인지 

벌은 어찌 날며 어찌 꽃을 찾는지 

밤의 소나기를 이긴 풀이 

어찌 몸을 일으키는지도 모르면서


어머니의

당신의 어머니와 보내셨을

아득한 환영과 그리움도 모른 체 

진부한 사유의 담장을 넘은 

내 어설픈 언어들이 부끄러울 때



가끔, 버릇처럼 하는 글쓰기에 회의가 엄습할 때가 있다. 

지독한 사랑과 연민이든 불복(不服)의 정신과 투쟁이든, 칼끝의 벼린 글을 쓰겠다 했음에도 낡은 책갈피를 뚫고 나오는 허무의 나락을 만나면, 지난 시간의 쟁여진 슬픔이 부끄러워 책장을 찢고 싶을 때가 그렇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기구하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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